기상이변 : 지구 온난화의 부메랑

김 진대 사무총장 (한국위기관리재단)

지구촌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포근한 겨울을 보내던 우리에게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이 들이닥쳤다. 미국에서는 90년 내 최악의 눈 폭풍사태로 버지니아, 뉴욕, 뉴저지, 켄터키 등 11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여 수십만 명이 추위와 어두움에 떨었고, 7,000여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피해 규모가 컸다. 동부 해안에서는 만조 때 강풍이 몰아치면서 파도가 주택가를 덮치는 바람에 난데없는 홍수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기온이 4°C까지 떨어지면서 저체온 증상으로 최소 85명이 사망하였고, 홍콩에서도 1957년 이래 최강의 한파를 겪게 되었다. 중국 기상대는 1월 24일 오렌지색 한파주의보를 발령했고, 네이멍구(內蒙古) 진허진의 기온은 영하 52°C까지 곤두박질쳤다. 인도 뉴델리에서도 한파로 7명이 사망했으며, 일본 일부지역에는 115년 내 최대의 폭설이 내렸다, 동유럽과 러시아에서도 예외 없이 살인적인 추위가 덮쳤다.

한편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도는 ‘하얀 감옥’이 되었으며, 항공기 이착륙이 50시간 넘게 중단되면서 약 1,200편의 항공편이 결항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로 인해 10만 명 내외의 승객이 섬에 묶였고, 1,000여명의 관광객이 공항에서 노숙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한파 원인으로 『슈퍼 엘니뇨』와 『북극의 역할』을 꼽는다. 2015년 연말에 적도 부근 태평양의 수온이 상승하는 엘니뇨가 강력했다. 또한 최근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아 온도가 상승하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진 틈을 타, 극지방의 한기가 중위도 지역(미국, 중국, 한국)까지 남하하였다. 따뜻한 엘니뇨와 찬 북극 한기가 만나면서 폭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기상이변의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혹한이 발생하는 '온난화의 역설'이 현실화된 것으로, 이것은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지구의 경고이자 복수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구가 더 따뜻해질수록 더 강력한 한파가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해양 대기청은 엘니뇨 현상이 이번 겨울 절정에 달한 뒤 봄부터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쯤에 엘니뇨가 끝나면 동태평양은 차가워지고 서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 2015년 12월 195개국 지도자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을 합의하였다. 이 『파리협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BAU)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생존을 위한 우리의 문제이며, 인류에게는 아름답고 건강한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책무가 있다. 이제는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갈 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해외의 우리선교사들이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의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난관리 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기를, 정부와 기업 및 국민들이 협력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기를, 어떠한 자연재해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지기를 소망해 본다.

(중앙일보, 아시아경제, 뉴시스, 디지털타임즈, 전북일보, 중부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