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과 평화(안식)

김 진대 사무총장

1. 전쟁의 소문

   평화가 너무나 그립고 아쉬운 때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소문과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주변정세로 인해 더 더욱 평화가 그리운 시대이다.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 최고의 긴장 고조 상태에 놓여있다. 서로가 위협과 전쟁을 언급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와중에, 안이한 위기인식과 오락가락하며 위기대처 능력을 의심케 하는 당국자들의 위기관리 실태는 많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전쟁 이후 이처럼 전쟁의 위험에 가까이 다가 선 적이 없다고 보도한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서로를 향하여 폭주하는 기관차들처럼,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이 위기상황이 폭발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찌 보면 ‘안식을 얻기 위한 몸부림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평화를 갈구하며 평화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더욱 더 자신들을 중무장하는 아이러니한 모습들이다. 그렇다. “평화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2. 위험한 세상

   전쟁은 비단 국가 간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생 자체가 전쟁이다. 토인비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산물’이라고 설파했다. 세상은 생존경쟁으로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내가 삼키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먹이사슬이 작동하는 동물의 왕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개인은 개인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직장은 직장대로, 한 사회는 한 사회대로, 국가는 국가 차원에서!

   당장 오늘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신구 정권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용자와 노동자 간, 계층 간, 지역과 당파와 이념에 따라 갈등하며 다투고 있지 않는가!

  “난리와 난리의 소문이 들끓고,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마24:5-8).” 성경은 말세가 가까울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된다고 말한다.

   게다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더 큰 전쟁이 있다. 신앙을 위한 전쟁이다. 그 전쟁터는 바로 우리 마음이다. 육체를 벗어버리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전쟁이다. 100세 시대이니만큼 족히 100년 정도는 치러야 할 『백년전쟁』인 것 같다. 매일매일 삶의 현장에서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할 길고도 고단한 여정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성경에서도 백년전쟁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야곱과 에서의 갈등이다.

3. 야곱과 에서의 갈등

   이삭의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의 기도로 아내 리브가가 잉태는 하지만, 아이들이 뱃속에서 싸우는 위기로 나타났다. 기도하던 그녀에게 들려온 음성은 불길한 예언이었다. 형제의 연합이 아니라 ‘나누이는 것’, 그리고 작은 자가 큰 자를 섬기는 순리가 아니라,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겨야 하는 새 질서의 예고였다. 기쁨과 축복으로 넘쳐야할 출산일이 가정의 근심거리가 된 것이다. 출산할 때 야곱은 힘에 밀려서 낙오한다. 낙오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야곱은 ‘앞선 자의 발꿈치라도 붙잡는 오기’를 부린다. 조용한 장막의 사람 야곱은 자라면서 출생의 비밀을 어머니에게서 들었을 것이다.

  지기 싫은 성품, 끈질긴 도전으로 꿈을 이루려는 야곱은 헐값으로 장자권리를 합법적으로 구입한다. 극심한 배고픔에 정신이 나갔는지, 신앙이 없었는지 에서는 죽 한 그릇에 장자권리를 넘겨버렸다. 배고픔과 장자권, 영과 육체의 소욕 사이에서 두 사람의 운명은 나뉘게 된다. 축복은 바라면서도 부친에게 들킬까봐 머뭇거리는 작은 아들을, 어머니는 ‘자기 책임 하’에 야곱의 등을 떠민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축복은 받았건만, 결과는 살인을 불러올 정도로 틀어지게 된 형제 관계와 그로 인한 가정의 불행이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없는 운명에 쫓기듯, 야곱은 부모와 고향을 떠나 벧엘에서 나그네 인생의 첫 밤을 맞이한다. 거기서 그는 하늘 문이 처음 열림과 하나님의 음성을 처음 듣기 시작한다.

   고난의 타향살이 20년을 끝내고 귀향하는 야곱은, 잊을 법하건만 옛 사건을 기억하는 에서로 말미암아,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홀로 남게 된 야곱은 기도로 승부수를 띄웠고, 그의 자랑이던 환도뼈가 위골됨으로써 긴 씨름은 끝이 났다. 하나님 앞에 꺾인 야곱은 죽었고 ‘이스라엘’이 되었다.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을 지날 때 비로소 그의 인생에도 태양이 떠올랐다.

   어머니 리브가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에서와의 다툼이 마침내 끝났던 것이다. 비로소 형과의 관계에 안식과 평화가 찾아왔다. 야곱이 대략 100세 전후였던 시기였으니 『백년전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4. 그리스도인의 남은 싸움

   바울은 로마서 7장에서 우리 안에 전쟁이 있다고 말한다(23절). 오랜 시행착오 끝에 그는 선을 행하기 원하는 자기에게 악이 항상 따라 붙는 ‘하나의 법칙’이 자신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절망하며 소리친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예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죄인 중의 괴수’로 자인하며 일생을 겸손하게 살아간다.

   오늘날 우리 앞에는 수많은 위기와 도전들이 놓여있다. 지구적인 문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동북아의 불안정한 국제질서,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설, 우리 사회 안에서의 수많은 갈등 요인들, 기업과 가정과 개개인들 앞에 놓여 있는 위기들을 생각해 볼 때, 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칠흑 같은 캄캄함이 우리를 누르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까 왔음을 직시하자. 'No Cross, No Glory!'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위기들에 어떻게 응전하며 승리를 구가할 수 있을지 끝없이 주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복음 증거의 사명’을 끝까지 잘 마치기 위해서는, 우리 신앙의 모델이신 예수님을 주로 믿고 의지하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우리 마음 안에서 지속되는 전쟁을 잘 마치고, 주님께서 예비하신 진정한 안식으로 들어가기를 힘쓰자!

“그런즉 안식할 때가 하나님의 백성에게 남아 있도다. 이미 그의 안식에 들어간 자는 하나님이 자기

일을 쉬심과 같이 자기 일을 쉬느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저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쓸지니 이는 누구든지 저 순종치 아니하는 본에 빠지지 않게 하려 함이라(히4:9-11).”

(FREEDOM IS NOT FREE -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