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의 소통 : 토끼와 거북
초등 교과서에는 ‘토끼와 거북’ 이야기가 나온다. 시합하기로 하고 출발하자마자 토끼는 쏜살같이 달려 멀찌감치 달아나지만, 곧이어 방심하고 자만심에 빠져 도중에 낮잠에 빠진다. 그 와중에 느린 거북이 성실하게 완주하여 승리하였다는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후에 새겨진 고정관념이었다. 초등생인 내게 토끼는 자신의 빠름을 믿는 ‘성실치 못한 동물’이 되었다. 비호감을 넘어서 본받지 말아야 할 '미운털'이 박힌 것이다. 반면 거북은 느리지만 성실로써 육상선수까지 이겨버린 ‘인내와 성실’의 모델로 뇌리에 심겨졌다. 이분법적 사고로 모델로 삼아야 할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으로 쉽게 판단한 채 무심하게 지나갔다. 고정관념, 선입견의 무서움이다.
한편 용궁에서 위기를 만난 토끼는 빠른 기지로써 구사일생하게 된다. 생명으로 돌아오는 교통편은 바로 느림보 거북선이었다. 여기서 깨닫는 것은 빠르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느리다고 꼭 소용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fact)은 토끼는 땅의 동물이고, 바다는 거북의 세상일뿐이다. 영역이 다를 뿐이다. 아무리 빠른 토끼라도 물에서는 무용지물이듯, 바다동물 거북이 땅에서 느린 것은 정상이다. 결국은 영역과 기능이 각기 달라서 서로가 돕고 살아야 하는 존재임을 본다.
'토끼와 거북 이야기’는 내 안에 ‘두 성품과 기능’이 공존하고 있음을 깨우쳐준다. 마치 브레이크와 악세레터가 있어 차가 안전하게 운행하듯' 사람에게도 토끼의 ‘빠름’과 거북의 ‘느림’, 토끼의 ‘자만’과 거북의 ‘성실’이 공존한다. 다만 때와 환경에 맞게 우리의 ‘성품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일은 성경‘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일어날 수 있다. 가인과 아벨, 이스마엘과 이삭, 에서와 야곱, 사울과 다윗 등등. 모든 사람이 죄 아래 있기에 누구 안에서도 발견되어 질 수 있는 인물들이다. 고정관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비난·매도할 일은 아니다. 각각의 성품과 기능을 분별하고 이해할 때 성경 ‘이야기’와의 대화는 열리게 된다.
고정관념은 소통을 가로막는 하나의 장애물이자 위기요소이다. 이를 뛰어넘어 ‘이야기’와 소통이 시작될 때, 주인공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야기’의 참 뜻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위기상황’과의 소통은 위기상황 이해와 대비책을 준비케 하고, ‘역사’와의 소통은 지난 역사가운데 행하신 그분의 손길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만물’과의 소통은 그분의 오묘한 창조의 섭리를, ‘말씀’과의 소통은 우리를 말씀의 나라인 초장으로 인도하는 축복이 된다.
소통은 우리의 사고와 영역을 넓히며, 현재보다 훨씬 더 풍성한 미래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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