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위기관리
이삭의 가정에 위기가 찾아왔다. 그의 기도로 리브가가 잉태했지만, 아이들이 뱃속에서 싸우는 위기로 이어졌고, 기도하던 그녀에게 들려진 약속도 위기의 예언이었다. 형제의 연합이 아니라 ‘나누이는 것’, 그리고 ‘작은 자가 큰 자’를 섬기는 순리가 아니라,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겨야 하는 새 질서, 즉 가정에 풍랑이 일게 된 것이다.
출산할 때 야곱은 힘에 밀려서 낙오한다. 낙오를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앞선 자의 발꿈치라도 붙잡고 나오는 오기’를 부린다. 종용한 장막의 사람 야곱은 자라면서 출생의 비밀들을 어머니에게서 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기 싫은 성품, 끈질긴 도전으로 꿈을 이루려는 야곱은 마침내 헐값으로 장자권리를 합법적으로 매수한다. 한편 극심한 배고픔에 얼이 나갔는지, 주어진 기득권을 경홀히 여겼던지, 에서는 죽 한 그릇 값과 맹세로 장자권리를 넘겨버렸다. 장자권이냐, 배고픔이냐? 영인가, 육체인가? 두 사람의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운명의 시간, 축복을 원하면서도 부친에게 들킬까봐 머뭇거리는 작은 아들을, 어머니는 ‘자기 책임 하에’ 야곱의 등을 떠밀어 넣는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장자의 축복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되 돌이킬 수 없게 된 형제 관계로 인한 위기의 가정!
한 지붕아래에서 살 수 없는 운명에 쫓기듯, 야곱은 부모와 정든 고향을 떠나 벧엘에서 하늘을 지붕 삼아 나그네 인생의 첫 밤을 맞이한다. 거기서 비로소 하늘 문이 열리고, 하늘 음성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위기가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20년 동안 갖가지 위기로 점철된 타향살이를 끝내고 귀향하는 야곱! 잊을 법하건만 옛 일을 기억하는 에서로 말미암아, 야곱은 인생 최대의 위기에 또 직면한다. 홀로 남게 된 야곱! 길이 없던 야곱은 “기도”로써 승부수를 띄운다.
야곱의 자랑인 환도뼈가 위골됨으로써 긴 싸움은 끝났다. ‘야곱’이 죽으니 ‘이스라엘(=하나님의 왕자)’이 탄생했다. 에서에게 져서 ‘야곱’이 되었지만, 하나님 앞에 무너져서 ‘이스라엘’이 되었다. 그가 브니엘(하나님의 얼굴)을 지날 때 비로소 그의 인생에 태양이 떠올랐고, 위기가 축복으로 열매를 맺게 되었다.
수많은 고난과 위기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주님 앞에 낮아지고, 부서져서, 야곱이 마침내 왕자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야곱의 이야기를 통하여 연약한 우리를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빚어가는 인생의 참 위기관리전문가이신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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