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아픔’을 넘어서!

김 진대 사무총장

외국인들에게 ‘한(恨)’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아마 한국인의 심성 안에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독특한 심리적 특성(유전인자)으로 여겨진다.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강요당했을 수많은 고난들을 극복하려는 삶의 처세술로서(나쁜 기억과 아픔은 가급적이면 빨리 잊어버리려는), 미처 처리되지도 않은 감정의 파편들을 망각의 영역 안으로 밀어 넣는 억압과정에서 쌓여 형성된 상처 덩어리로 생각된다. 

‘한(恨)’은 치료받아야할 상처인 동시에, 우리 문화의 일부이며, 에너지의 근원이다. 에너지는 힘이자 열(熱)이며, 열정으로 표현된다. 에너지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방법이든 ‘주기적’으로 표출되는데, ‘한(恨)’풀이 장소에는 그래서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났고, 때로는 그곳에서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하였다.

외국인들에게는 ‘불가사한 현상’으로, 우리 스스로도 ‘냄비근성’으로 폄하하는 만큼이나, 에너지 표출에는 이성적, 합리적인 절제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것이 바로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위기관리’ 영역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이러한 모습들은 자주 발견된다. 신명나는 사물놀이패, 동학 농민혁명, 3.1독립 만세운동,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서울광장, IMF외환위기의 금모으기 운동, 유조선 침몰사고의 태안반도 자원봉사활동, 전 세계로 확산되는 역동적인 한류(韓流)의 약진 등은 그 좋은 사례이다. 

‘보릿고개’에 한이 맺혀 밤낮으로 노력한 결과,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7대 무역 강국이요, 모두가 꿈꾸는 ‘코리안 드림’의 나라가 되었다. 못 배운 부모님의 한이 ‘우골탑’이란 말을 탄생시켰고, 우리는 이제 세계 최고의 교육시스템을 갖게 되었다(세계 교육체제평가 순위 1위, BBC방송). 전제 권력과 권위주의에 오랫동안 짓눌렸던 한이 어엿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솟구치는 민족적 에너지(열정)를 잘 관리•선용하여 수많은 위기들을 극복하며 승리의 선순환을 구가해 왔다. 

하지만 긍정적인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절제되지 못한 한풀이식의 과도한 소유욕과 팽배한 개인주의, 집단 이기주의와 빨리빨리 문화의 성과 제일주의, 방향 상실로 무분별한 사회적 에너지의 충돌 등은 오히려 혼란과 분열, 파괴와 엄청난 인적•물적 손실이라는 위기상황들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에너지의 발산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한(恨)이 되었을 만큼이나 강한 열정 표출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시간이 지나 열정은 식고 모든 이들의 관심이 떠난 후에도, 동일한 관심과 인내를 가지고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이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책임의식으로 사회 전 분야에 체계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의 정착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나갈 사람과 언론사, 정부 관료들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너무도 큰 피해와 상처를 남긴 대형사건인 만큼이나,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모든 국민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위기(안전)관리 의식에 대한 진정한 혁명이 일어났으면 한다.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수많은 유가족들의 애통한 심령 위에 하나님의 진정한 위로와 긍휼을 기도하며, 하루 속히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거쳐 건강한 우리들의 이웃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