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철수는 사역지로의 귀환이 불확실한 상태로 이어지고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선교사들은 심리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불안감, 죄책감, 의욕상실 등의 증상에 시달릴 수도 있다. 추방과 비교하여 긴급철수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추방은 과거의 사역을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반면, 긴급철수는 언제 현장으로 복귀하게 될지가 불확실하기에 개인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선교단체와 파송교회는 긴급철수한 선교사들에게 1차적으로 위기 후 관리를 위한 소정의 위기-디브리핑을 받도록 조치하고, 기도와 사랑으로 사역자들을 케어 함으로 그들이 평정을 유지하면서 성경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야 한다. 행8:1-5절(초대교회의 흩어짐)의 사례를 통해, 철수 상황까지도 복음전파의 확산을 위한 주님의 계획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사역으로의 인도하심을 수용하도록 돕는다.

질문 : 긴급철수한 선교사 가족들이 받은 충격과 외상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1.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의 심각성

팔리(Richard Farley)박사는 PTSD를 심해 다이빙(deep-sea diving)에 비유한다. 즉 심해 잠수부들이 물에 들어가고 나올 때, 엄청난 바닷물의 압력으로 인해 급격하게 압축과 이완을 경험하면서 신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도 급격한 심리적 압축과 이완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너무 압도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상황의 압력 하에 놓이게 될 때 생길 수 있다. 증상의 특징은 반복되는 상(象)들, 재난이나 위기상황에 대한 꿈, 원래 겪은 재난(trauma)과 유사하거나 상징적인 것에 대한 공포나 회피증 등으로 나타나는데, 위기를 당한 사람들의 91%가 이런 장애를 경험하지만, 모두가 PTSD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런 장애는 재난 후 즉각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몇 달이나 몇 년 후에 증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PTSD로 진단할 수 있다.

이런 위기 후 증후군 혹은 장애는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부상과 같은 질병이지만, 이런 증상을 심리적이나 정신과적으로 치료하는 일에 대해서 기독교인들이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크리스천들이 우울증의 표출은 믿음의 부족이나 영적 미성숙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기 후 증상에 대해서도 영적인 가치들을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숨겨진 피해자(Hidden Victims)들이 되므로, 이들에 대한 분별력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만약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정신적 외상이 주의 깊게 치료된다면, 선교사 개인이나 그의 사역, 선교공동체에 미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이런 상황이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탄에게 그 교두보를 마련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고, 당사자나 선교단체는 그로 인한 역기능이나 고통을 장기간에 걸쳐 겪게 될 위험성이 있다.

2. 위기-디브리핑(CISD)을 통한 대처

위기-디브리핑(CISD)은 치료가 아닌 예방적 방편으로서 위기를 경험한 당사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전문의에 의한 심리치료와는 성격이 다르다. 피해 당사자는 위기로 인한 외상으로 기존의 세계관이 흔들리게 됨으로, 그 사건을 끊임없이 재 경험하며(악몽, 이미지, 생각 등으로), 증가되는 각성상태로 인해 수면장애, 흥분, 집중 부족 등의 후유증을 경험하게 되는데, 위기-디브리핑 과정은 피해 당사자가 경험한 사건에 대해 말하게 함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장기 기억장치 속에 저장하도록 도와준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을 표현할 때, 뇌는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이것은 빠른 치유와 회복을 촉진시킨다.

위기-디브리핑(CISD)은 단체 내부 혹은 외부의 전문가를 통해 진행되어야 하는데, 보통 위기 종료 후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디브리핑은 일반적으로 5~7단계의 안전 모델을 따른다.

가. 도입 : 위기-디브리핑의 성격과 목적 소개 (introduction)

나.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 (the facts)

다. 상황에 대한 감각적인 인상 술회 (thoughts and impressions)

라. 당사자의 감정적인 반응 확인 (emotional reactions)

마. 증상들과 스트레스의 정상화 과정 (normalization)

바.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적응전략 수립 (planning for the future)

사. 요약 정리 : 긍정적 교훈과 회복 추구 (disengagement)

사례 적용 : 강도 피해 선교사는 귀국 후 소속단체에서 제공한 위기-디브리핑과 후속상담 과정을 거쳐서 올해 초에 남아시아 지역으로 재배치되었다. 그러므로 선교사 파송은 반드시 전문 선교단체를 통하여 파송해야한다. 파송 전 선교사 교육훈련, 파송 후의 지속적인 행정지원 및 멤버케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위기상황에서도 지속적인 관리와 사역이 가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