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Pink Tide』의 몰락

김진대 사무총장 (한국위기관리재단)

‘핑크 타이드(pink tide)’는 중남미 좌파정권들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2015년 초까지 남미12개국 중 콜롬비아, 파라과이 두 나라를 제외한 10개국이 모두 좌파정권이었다. 한데 급진 좌파를 상징하는 ‘붉은 물결’에 빗댄 ‘분홍 물결’이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다. 남미 포퓰리즘 좌파정권들이 하나씩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일찍부터 독재정권에 맞서 무장 게릴라 활동을 펼치며 싸웠다. 나는 고문을 견뎠으며 잘 싸웠고 지금까지 잘 살아남았다. 나는 암과도 싸웠다. 탄핵 역시 마찬가지다.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싸울 것이다.”

이는 9월 1일 상원에서의 최종 표결에서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탄핵이 결정된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이었으며, ‘남미 좌파의 아이콘’인 룰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인 딸이었다. 좌파 정책을 펴온 호세프는 실업 급여와 저가 주택 공급 등 인기영합 복지정책에 국영은행 돈을 무분별하게 전용하여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로 탄핵을 받게 되었다. 실패한 경제정책과 만연한 부패도 그의 탄핵의 빌미가 되었다.

중남미 좌파정권의 상징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2013년 3월 사망)이 이끌었던 베네수엘라도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연합회의’가 집권 사회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면서 좌파 정당이 16년 만에 다수당에서 밀려났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당선되며 12년간의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에 종막을 고하였다. 좌파정부의 연이은 경제 실정과 과도한 복지예산 지출로 2014년부터 사실상 국가 채무불이행이라는 위기상황에 빠졌다. ‘페론 포퓰리즘’이 70년간 지배한 아르헨티나에서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도를 넘는 과대한 복지비 지출은 경제 파탄으로 끝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도 세계은행의 경제학자 출신인 중도 우파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2월에는 볼리비아에서 최장 기간 집권 중인 좌파 성향의 모랄레스 대통령이 개헌에 실패하면서 4선 도전이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남미 좌파 정권들의 도미노 몰락의 원인을 경제 실정과 부패의 합작품이라고 지적한다. 카스타녜다 뉴욕대 교수는 “좌파 정권들의 잇단 실패는 주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너무 많은 좌파 지도자들이 고질적인 부패에 빠졌던 것도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원호 외대 교수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선심성 정책의 유지가 어려워졌고, 국가 경제도 악화된 게 최근 무너진 남미 좌파 정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중남미 좌파 정권들의 몰락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남미 경제의 근본적 문제점은 정치 지도자들이 당장은 힘들더라도 허리띠를 졸라매 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힘쓰기 보다는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국민들을 유혹했다는 점이다. 만성화된 저성장, 제조업의 공동화,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 청년실업 등 민생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당리당략과 이념논쟁 등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 위정자들에게 정직하고 충성된 마음을 주사 이 나라와 민족을 바르게 인도할 수 있도록 긍휼과 자비를 주님께 구하자!

(시사저널, 한국경제신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