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후 '선교사 멤버케어'로 섬기면서!

김 귀영 선교사 (어부회 MC 코디네이터)

1. 대지진을 맞아서! 

4월 25일. 처음으로 무시무시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한국에서 몇 년 전 일본의 쓰나미 재난을 TV로 생생히 보면서 “아~! 인생은 저렇게 하루아침에, 아니 몇 초, 몇 분 만에 끝날 수 있는 거구나!”라고 느끼며, ‘이 땅에서의 집착을 버리고 하늘나라의 소망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던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아마 5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도 네팔 행(지진 1위 위험지역)을 두려움 없이 순종할 수 있었으리라.

   평온한 토요일 오후를 맞고 있던 나에게도 그런 무서운 일이 드디어 일어났다. 약 1분 정도 흔들렸었는데 나에게는 너무나 길고 긴 시간이었다. ‘정말 이렇게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나는구나! 아~ 근데요, 주님! 아직은 주님 만날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그러기에는 제대로 주님 앞에 서서 ‘주님, 제가 여기 있나이다! 마지막 경주를 잘 마치고 왔습니다!’라고 고백할 자신이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또 다른 별의 별 생각들을 다하고 있었다. 그 동안 손자들 돌보기에 바빴었고, 네팔에 적응한다고, 뒤늦게 새로운 언어 좀 배워 보겠다고, 바쁘게만 살아온 것이 후회되었다.

   생각하던 공포(땅이 꺼지고, 홍수에 휩쓸려가는)는 잠잠해졌고, 얼마 후 주변을 돌아보니 담벼락, 집 등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다. 주민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며, 하얗게 질려서 길거리에 나와 엉엉 울고 있는, 그야말로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사실 나도 두려웠지만 주위에 있는 이들을 돌보느라 바빴었다. 아니 나를 돌아볼 새가 없었다. 그 당시 그것은 사치였고, 우선 급하게 위기 현실에 적응해야만 했었다.

   며칠 후 한국본부 사역 때 멤버케어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당장 한국 선교사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들 때문에 또는 힘들어서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들을 한국의 상담 선생님들과 카톡으로 연결해서 임시로라도 도움을 받게 하였고, 여러 가지로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해서 연결해 주었다.

2. 재빠르고 지속적인 케어 사역!

이렇게 분주하게 지내는 사이 지진 후 트라우마 증상이 나에게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집에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발을 집에 들여 놓을 수도 없을 만큼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가까운 친구 상담 선생들의 도움으로 self-debriefing을 시작했고, 좀 안정이 되었다. 며칠 후 한국위기관리재단에서 발 빠르게 네팔 선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약 2개월 간격으로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케어팀을 섭외하여 파송해 주었다.

➀ 1차 케어팀(5.12-16일)으로는 방콕 『오아시스힐링센터』의 황 정신 선교사가 방문하게 되었는데, 후원교회의 지원으로 어마어마한 위로의 밑반찬과 선물들을 갖고 달려와서 힘들어하는 선교사들을 마음껏 품어주고 디브리핑 해 주었다.

➁ 힘든 마음의 불은 꺼졌지만 어려서부터 형성되어 온 두려움, 불안 등은 그렇게 쉽게 생각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적응을 위해 각자가 애쓰고 있을 때, 2차 케어팀(7.2-9)으로 『터닝포인트 회복상담센터』 이현숙, 백은영 선교사를 파송해 주어 밤낮없이 시간을 내어서 여진으로 힘들어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워하는 지체들을 상담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그 결과 새 힘을 회복한 선교사들이 네팔 전역을 다니면서 트라우마 상담을 해 주며, 네팔 현지인들을 훈련시키며 세워주고 있다.

➂ 그 다음으로 회복된 우리들이 어떻게 새 삶에 적응할지? 하나님의 자녀로서 건강한 사역자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기이해와 부부간의 건강한 의사소통, 영성 관리를 위하여, 3차 케어팀(8.2-11)으로 『MCC』의 이경애 선교사팀(3명)이 오셔서 일주일 간 세미나와 상담을 열심히 감당해 주었다.

➃ 현재는 4차 케어팀(10.26-11.2)이 방문할 예정이어서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3.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한국교회의 이러한 지속적이고 든든한 뒷받침과 상담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헌신으로 현재 네팔에 있는 우리 한인 선교사들은 든든히 서가고 있다. 다시 한 번 이 지면을 빌려 감사를 드린다. 또한 위기 상황가운데에서도 자기 백성을 돌보시고 회복시키시는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높이 찬양합니다!

“여호와가 우리 하나님이신 줄 너희는 알지어다.

그는 우리를 지으신 이요, 우리는 그의 것이니(시편 100:3)”